[이제부터 ‘기후금융’이다] ‘탄소배출권 대란’ 벌써 잊었나… 안갯속 정책, 기업 “답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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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8 15:09:15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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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치 할당량만 늑장 발표… 경영계획 못세운 기업들 앞이 캄캄 온실가스 배출권(탄소배출권)이 기업의 경영시계를 흐리고 있다. 탈(脫) 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2018∼2020년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을 예정보다 늦게 ‘땜질식’으로 내놓으면서 기업들이 생산과 관련한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에 할당한 배출권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허용하는 제도다.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여력에 따라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하거나 또는 배출권을 매입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이 제도를 통해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게 돼 환경 보호에 힘쓸 수 있는 것은 물론 국가로부터 받은 배출권이 남는 기업은 여분을 배출권 시장에서 매도해 환가수익을 보유할 수 있다. 배출권 시장은 필요하면 사고 파는 ‘시장의 논리’로 돌아가지만, 작년 11월 배출권 가격이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원인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정부가 2018∼2020년까지의 2차 국가배출권 할당계획 발표가 기존보다 약 6개월 미뤄지면서당장 배출권이 필요한 업체들이 배출권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한국거래소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톤당 2만 원가량에 거래되던 배출권 가격이 2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2차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을 내년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결정했지만, 완성되지 못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배출권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내년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591개 기업의 배출권거래제 허용 총량은 5억3846만 톤으로 정해졌지만, 개별 기업 할당량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마저도 내년치만 결정돼 있어 2020년까지 향후 3년치의 탄소배출권을 고려해 계획을 짜야하는 기업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2019~2020년도 배출 허용 총량은 내년 상반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과 연계해 확정될 방침이지만, 계획 완성 시기가 또 밀릴 수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각각 환경 담당 부서에 전문가를 두고 탄소 배출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글로벌EHS센터’, LG디스플레이 ‘파주 그린팀’, SK하이닉스 ‘환경부’ 등이 이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문가들 역시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2018년까지 밖에 계획이 나오지 않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이마저도 추후 변동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 업체들은 로드맵을 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화학업계 관계자 역시 “3년치 양이 나와야 하는데 내년 1년치만 가할당 개념으로 나와 아직 어떻게 계획을 세울지 결정된 게 없다”며 “내년 상반기 배출 허용 총량이 결정되는 걸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배출권 할당량 발표에도 산업계에선 산업의 발전속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도 배출권 허용 총량은 지난 2014년 수립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로드맵의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연평균 배출권 할당량이다. 이는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이 제출한 내년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5.18% 수준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발전·에너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종의 비용부담도 예상된다. 이들 업종의 예상 탄소배출량은 4억9018만 톤이지만, 내년도 할당량은 이보다 7265만 톤 적은 4억1753만 톤만 배정됐다. 정부는 배출권 1400만 톤가량을 예비분으로 준비했으나 전체 감축량에 비해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호조세를 보이며 생산량을 확대하려면 배출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며 “배출권을 사지 않으면 과징금을 물어야 하고, 또 벌어들이는 돈을 마냥 배출권을 사는 데 쓸 수는 없는 상황인데 정부가 이러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탄소배출권 할당량 이외에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핵심 요소들이 있다. 배출권 일부를 돈을 받고 기업에 주는 ‘유상 할당’, 동일 업종 평균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기업을 우대하는 ‘벤치마크 할당 방식 확대’ 등에 대한 결정도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기업들은 앞으로 배출권 할당을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하는지, 경쟁 업체에 비해 배출권 할당에서 유리한지 등을 아직 알 수 없어 이와 관련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성우 삼정KPMG 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탄소 감축 압력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수정에 따른 할당량의 축소, 적극적인 유상할당 적용에 따른 비용 부담의 증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내부 감축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적극적인 국내외 배출권 확보 사업 기회 활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탄소배출권 제도에 혼란이 오고 있는 데는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주무부처가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탄소배출권 운영은 작년 6월 환경부에서 기재부로 넘어왔다가 이번에 다시 환경부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결정하는 할당위원회는 그대로 기재부에 남게 된다. 하나의 업무가 두 부처로 나뉘면서 혼선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송영록, 김유진 기자 syr@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출처] 이투데이: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580107#csidx3c69a5d9cbd41f9a12f2962b0bcf7fc |